[국민일보] 2001-06-14 (사회) 기획.연재 31면 01판 1107자
기사제목:"에어컨 필터"없는 승용차 많다
자동차회사들이 중소형 승용차에 에어컨 항균필터를 달지 않고 그대
로 시판하는 것은 물론 에어컨에 항균필터가 필요하다는 사실 자체를
사전에 알리지 않아 운전자들의 건강이 크게 위협받는 것으로 드러났
다.
특히 여름철을 맞아 에어컨 사용이 늘어나면서 정화되지 않은 공기를
그대로 마실 경우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뿐더러 운전 집중력을 떨어뜨
려 대형사고를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 자동차정비소에서 승용차 에어컨을 점검받던 직장인 김모씨(43·
경기의정부시의정부2동)는 3년여 전 구입한 크레도스 승용차에 ‘에어
컨 항균필터’가 끼워져 있지 않은 사실을 알고 분통을 터뜨렸다.조수
석 사물함 밑에 필터를 장착할 수 있도록 돼 있으나 정작 필터는 없었
던 것. 정비공장에서 2만원을 주고 필터를 끼워넣은 김씨는 “승용차
구입 당시 에어컨 등을 옵션으로 구입했는데도 회사측으로부터 필터
를 장착하라는 설명을 전혀 듣지 못했다”면서 “이러한 사실도 모르
고 여름마다 에어컨을 켜 차 안에 떠도는 미세먼지를 그대로 들이마셨
다고 생각하니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이는 요즘 판매되는 새 차도 마찬가지다．기아자동차는 옵티마2.5와
카니발 파크형 이외의 중소형 승용차와 레저용 차량에는 에어컨 필터
가 없으나 소책자 등에서는 이를 설명하지 않고 있다．
현대자동차 역시 86만원짜리 이상의 에어컨 기본사양을 장착한 소나타
EF 등에만 유해가스 차단장치인 AQS 기능이 있다는 사실을 다른 차종
구입자들이 눈치채지 못하 게 소책자 등에 모호하게 표시하고 있다．
대우자동차도 80만원 이상의 에어컨 장착차량에만 에어필터를 채택하
고 있으나 별도의 설명을 덧붙이지 않고 있다．
자동차 정비사 이모씨(34)는 “업체들이 2만∼5만원하는 필터 장착 관
련사실을 밝히지 않은 것은 구입자들이 무료제공을 원할까봐 그러는
것”이라면서 “얄팍한 자동차회사의 상술 때문에 운전자들이 건강을
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려대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홍명호 교수는 “제대로 정화되지 않아
미세먼지로 오염된 차 안 공기를 그대로 들이킬 경우 에어컨에서 제대
로 걸러지지 않은 레지오넬라 등 냉방병균을 운전자가 그대로 흡입,일
반 감기와 비슷한 호흡기병에 시달려 집중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의정부=김칠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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